흔히 ‘용서’는 인간이 행하는 가장 고매한 행동 중 하나로 간주되곤 한다. 마음속에 타인에 대한 어떤 원한이 생겼을 때 그것을 가장 성숙하고 선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용서’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영화 「밀양」에서처럼 딸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기로 한 여자가 이미 하나님에게 용서받았다는 범인의 말에 용서는커녕 극한의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 책은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 ‘용서’의 문제를 여러 학문적 관점에서 논의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고찰한 연구서이다. 전통적으로 ‘용서’의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어왔던 종교와 철학의 관점뿐 아니라, 용서를 원한 감정의 치료과정으로 보는 심리학의 관점을 심도 있게 검토한 뒤, 저자가 오랫동안 목회상담을 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 가족, 사회집단에 있어서의 상처와 용서의 실례와 해결책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두 가지 계기로 인해 ‘용서’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하나는 상담에서 용서가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다.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경우, 상담을 통해 그 피해의 상처는 어느 정도 치료되어도, 가해자에 대한 원한은 더 커지는 때가 많은데, 이때 용서의 문제를 다루어주면 상담도 진전되고 원한도 조절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계기는 우리 민족이 지닌 상처와 원한에 대한 관심이었다. 아무리 사회가 현대화되고 경제가 발전해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들 속에 깊이 자리잡은 ‘원한’의 감정을 분석해보고, 그 치료책을 찾아보고 싶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용서에 대한 다양한 이해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영화 「밀양」, 윤흥길의 소설 『낫』 같은 예술작품이나 남아공 사람들의 이야기 또는 구림 마을의 이야기 등 실제 일어난 일을 예로 들면서 친근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상담전문가뿐 아니라 평소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일독을 권할 만하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1부에서는 용서를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을 설명한다. 1장은 용서에 대한 일반적인 고찰로, 용서는 무조건 선한 것이라는 일반적인 편견을 바로잡고, 용서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유도한다. 2장은 종교에서의 용서 개념을 고찰하고 있는데, 기독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에서의 용서의 가르침을 살펴보고 있다. 3장은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용서의 의미를 살펴본다. 용서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용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용서 과정 모형’은 용서에 대한 과학적 연구들을 가능케 했다. 4장과 5장은 용서 과정 모형에 대해 비판적인 도덕철학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의 용서 이해를 각각 다룬다.
2부에서는 용서와 관련된 다양한 실제 상황을 살펴본다. 6장은 정치에서의 용서의 문제를 논의하면서, 정치적 용서의 한 사례로 인종차별정책이 끝난 다음 남아공 사람들이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했는가를 고찰하고 있다. 7장은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원한과 용서의 문제를 다루며, 8장은 상처의 치료와 용서의 문제를 다룬다. 특히 상처가 먼저 치료되지 않으면 용서하기가 힘들고, 상처가 어느 정도 치료되기 전에 시도되는 용서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9장은 우리 민족의 원한과 용서의 문제를 다룬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 상황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으며, 원한이 해소되지 않고 쌓여 왔음을 지적하면서, 그러한 상처의 치료와 원한 극복을 위한 용서의 문제를 논의한다.

눈물짓는 영혼들을 감싸 주는 목회자들을 위한 책!

목회자이자
교수요, 상담자인
저자의 평생이 녹아든
목회신학과 목회상담의 지혜서

“왜 사람들이 힘들어하나?”
“무엇이 사람들을 슬프고 외롭게 만드나?”
“왜 사람들의 상처가 낫지 않나?”
그들에게 따뜻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따뜻한 경험은 고사하고 학대받고 무시당하고 거절당한 경험들만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나?”
“무엇으로 그들의 외로움과 슬픔을 달래 줄 수 있나?”
이에 대한 대답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다시 따뜻한 경험을 하면 그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외로움과 슬픔도 견딜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따뜻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상처가 치유될 뿐만 아니라
흐뭇한 이야기도 만들어 갈 수 있다.

사람들이 왜 교회에 나올까?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싶어서다. 따뜻한 경험이 그리워서다. 지나온 날의 삶에서 따뜻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텅 빈 마음을 채울 수 있을까 해서다. 살아오면서 학대받고 외면당하면서 얻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서다.

상처 입은 영혼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따뜻한 은총이 임재한다. 또한 그 은총은 외로운 영혼을 감싸 주고 상처 입은 영혼을 보살펴 주는 사람에게도 임한다.

따뜻한 경험을 기대하며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목회자들과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돌보고 치유하는 상담 전문가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내게 되었다.
_저자 서문 중에서

감리교신학대학교(신학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상담학전공, 문학 석사), 예일대학교 신학부(목회신학전공, 신학 석사), 밴더빌트대학교(목회상담학 전공, Ph.D)에서 수학했다. 시카고 근교의 루터란제너럴병원에서 임상목회 교육(CPE)과 목회 심리치료 훈련을 받았으며, 보문제일교회, 아현중앙교회, 시카고한인살렘교회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서 목회하였다. 미국 게렛신학대학원의 조교수였고, 1995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부와 신학대학원의 목회상담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한국목회상담협회와 한국목회상담학회의 회장이다. 저서로는 『용서와 치료』, 『기독교와 세계』(공저), 『현대목회 상담학자 연구』(공저), 『한국 문화와 목회 상담』(공저) 등이 있다.